모유수유 시작하는 사람을 위한 글

셋째날에는 모유수유를 시작했다. 첫 모유수유. 아기에게 젖을 물리는 첫 느낌은 엄청 재밌고 짜릿했다고 할까. 젖을 물고 오물오물 빨려고 하는 아기의 모습은 정말 너어무 귀여웠다. 그리고 내 몸에서 뭔가 나와서 아기가 먹는다니. 하지만 수유는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어떻게 이렇게 아무 생각이 없었을까 싶을 정도로 수유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랐다. 보통 임신출산육아라고 말하는데 이때의 생각으로는, 임신출산수유였다. 그만큼 비중이 어마어마한 일이었다.
출산 후에 몸은 임산부에서 수유부로 전환하게 되고 젖이 점점 돌게 된다고 한다. 아기는 하루에 8번에서 12번 정도 먹게 되는데, 아기와 타이밍이 맞으면 직수를 한다. 그렇지 않거나 아기가 얼마 먹지 못하고 잠들었을 때는 유축을 한다. 그리고 이 시기의 아기들은 거의 그렇다. 그러다 보니 이건 횟수로 따질 수 있는 일과가 아니고 그냥 하루 종일 수유였다. 유축도 굉장히 중요한 일과인데 유축할 때 가슴이 너무 아파서 나는 유축이 점점 싫어졌고 그래서 직수만 했더니 완모 엄마가 되었다.
수유에 대해서 찾아보면 일단 가장 먼저 '수유는 자신감'이라는 이야기를 한다. 이 말에 이미 수유가 쉽지 않음이 담겨 있다. 엄마 스스로 자신을 믿고 계속해서 해나가야지만 해낼 수 있는 일, 할 수 있다는 엄마의 믿음이 흔들리면 포기하게 되는 일, 그런데 그 믿음이 너무 어려운 일인 것이다.
세상에 나오느라 고생한 너무 작고 연약한 아기가 처음부터 젖을 잘 먹을 리가 없는데, 우리가 그동안 봐온 모유수유의 모습은 너무 평온해 보였으니까. 아기가 조금이라도 힘들어하는 것 같으면 내 탓을 하게 되니까. 개론적인 이야기는 비슷할지라도 아기마다 기질과 몸 상태가 다르고 엄마의 가슴 상태도 다 다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하면 정말이지, 사정없이 흔들리게 된다. 젖먹던 힘까지 쥐어짠다는 말이 무엇인지 이때 비로소 알게 됐다. 젖먹던 힘, 젖먹는 게 아기에게도 너무나 큰 에너지가 필요한 일이라는 걸. 동시에 엄마도 내 가슴이 모유수유하기 편한 가슴인지, 유방이 어쩌고 저쩌고 하는 말도 여기서 생전처음 듣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모두에게 모유수유는 어려운 일일 수밖에.
젖양의 베스트는 아기가 필요로 하는 양과 엄마가 만드는 양이 일치하는 것이다. 나는 내가 젖양이 많을 거라고는 1도 생각하지 않았는데 아기가 수용할 수 있는 양과 속도와 맞지 않아서, 이걸 맞추는 데만 100일이 걸렸다. 아기가 먹기 힘들어하면 이렇게까지 모유수유를 할 이유가 있나 싶고 그와중에 젖병으로 편하게 먹는 모습을 보면 정말 그냥 다 그만두고 싶어진다. 그러다가도 평화로운 모유수유 후에 씩 웃어주는 아기 얼굴을 보면, 으앙 그래 우리 잘해보자! 하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롤러코스터를 타면서도 분유로 전환하지 않은 건, 도망치듯 가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모유수유가 힘들어서 분유수유를 선택하는 일은 하고 싶지 않았다. 분유수유라고 쉽기만 할 리 없는데 그렇게 도망쳐 버리면 그 뒤에 다시 어려움에 부딪혔을 때 아무 선택지가 없을 것 같았다.
그리고 너무너무나 다행히도 100일 이후의 수유는 정말 많이 평화로워졌고 나에게도 꽤 여유가 생겨서, 오물오물 열심히 먹고 있는 아가를 보면 너무너무너무 귀여워서 수유가 끝나가는 게 아쉬워졌다. 100일쯤에 가슴마사지를 받으러 갔는데, 혼자서 고생했겠다는 말을 듣고 눈물을 삼켰다. 길게 말하지 않아도 가슴상태만 보고도 나의 지난 100일을 알아주는 것 같았다. 이때부터는 젖이 나오는 길이 뭉치지 않도록, 젖양이 한 번에 몰려서 사출이 심해지지 않도록, 한 달에 한 번 정도 관리를 받으면서 수유를 했다. 그렇게 1년을.
모유수유
1. 출산 후 골든타임에 마사지는 추천해요
2. 유축은 아프지 않을 정도로만 하세요 꼭
3. 완모엄마도 한 달에 한 번은 마사지 관리 중요
4. 완모비법은 첫째도 직수, 둘째도 직수
5. 젖몸살 냉찜질+직수로 풀거나 마사지로 풀어요
6. 모유수유는 모두에게 어려워요. 나만 이렇게 힘든가라는 생각은 안 해도 돼요. 수유도 육아도 화이팅해요 엄마 💚